개발자 원칙 (한국의 테크 리더 9인)

개발자 원칙,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근데 내용은 생각보다 가벼우니 제목보다는 누가 썼는지에 집중해보는 것이 좋다. 한국 테크 리더 9인. 블리자드, 배민, sk, 카카오, LG, 무신사, 인프런 등에서 일했거나 혹은 CTO를 맡고있는 분들이 모였다. 적게는 10년차 많게는 40년차 개발자까지, 이들이 개발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각자의 폼으로 써내려간다.

 

 

 

개발자를 위한 책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기술적인 것을 써둔 책이 아니다. 원칙을 줄줄이 나열하지도 않는다. 오랜 개발 생활에서 나온 그들만의 지혜를 전한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깊게 파고 들고, 건강한 개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각자 자유롭게 주제를 정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성철, 강대명, 장동수님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박성철님은 어릴 때부터 시작해 거의 40년 가량 개발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전문 프로그래머'는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내기 위해 집착에 가까울만큼 고민한다. 그냥 고민도 아니다. 수식을 세우고 그래프도 만들었다. 마지막엔 전문 프로그래머라 불리기 위한 공식을 정의하기에 이른다. 사실 공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직업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강대명님의 글은 깊이 파고드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개발자는 에러나 버그를 해결하고 그것으로 끝내면 안된다. 정말 깊은 단계까지 파고 들어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 과정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 덕분에 전문 개발자는 어떻게 문제를 관측하고 깊게 파고드는지를 옅보았고 앞으로 내 개발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장동수님은 좋은 코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너무 어떤 원칙에 얽매이지 말자는 내용이며, 일단 동작하는 코드 Make it work가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이 Make it better라는 것을 강조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크리스마스 룰렛 기능이 나오면 무슨 소용이겠냐, 불완전하더라도 크리스마스 전까지 동작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 재밌는 예시를 들었다. 최근 읽고있는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일본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 나카지마 사토미는 완벽한 프로그램은 없으니 일단 기한 내에 동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적화나 자잘한 버그는 이후에 수정하면 되니까. 핵심 기능만 빠르게 구현하는 뭐 그런.

 

여러 개발자, 심지어 오랫동안 IT 업계에 종사해온 전문 개발자들의 생각과 고민을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니. 이 분들은 블로그도 커뮤니티 활동도 방대하게 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주제의 글을 보유하고 있을테다. 그런 이들이 각자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책으로 써냈다.  어떤 의미냐면, 몇 백년을 산 영물의 내단은 수십 갑자의 내공을 지니고 있다. 수십년 개발의 정수가 담긴 영물의 내단 같은 글일지도..

 

 

따뜻함을 느낀 구절. 보잘것 없어도, 실패해도, 작은 기능이라도 다 좋은 시도라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