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회고 - 아무렇게 쓴 1년 회고

1년 회고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원래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니 막연히 좋았던 해였구나 싶다.

살아오면서 딱히 지난 1년을 되돌아본 적이 없다. 주변 개발자들이 회고 블로그를 남기니 따라해볼 뿐. 일기 같으면서도 자신의 성장 포인트나 가능성 같은 것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보니 좋은 생각이다 싶었다.

무작정 따라해보는 것이지만 의미 있는 글이 될 것 같다.

 

1년 회고, let's start!

앱 개발로 직무 전환

마로마브에는 2020년 마케터로 입사했다. 별별 일을 다 도맡았다. 상품 기획 및 생산, 해외 구매, 스토어 관리 및 배송/cs, 마케팅 조금. 뭐든 피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다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바로 개발 업무였다. 맥북을 지르고 개발 스터디에 참여한지 6개월이 지났고 좋은 기회로 1월부터 6월까지 앱 개발팀과 일을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벽을 느꼈다. 변수가 뭔지, 함수가 뭔지, 매개변수가 뭔지 알겠다. 다 알겠는데 어떻게 써야할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앱 업무에 온전히 집중 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점점 개발 업무가 흐지부지해지고 결국 6개월만에 다시 마케팅 업무로 돌아갔다. 

6개월 동안 함께한 개발팀원들과 회사에 감사를 표한다. UI에 구조에 대해 깊이 알게되었고 깃 협업 및 애자일 업무 경험, 컨벤션 회의, 코드 리뷰는 질 좋은 거름이 되었다. 개발 업무를 경험하고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확실히 마음 먹었다. 이 마음을 위해 6개월을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개발자들의 사고방식이 좋았고, 그들의 집념과 집중력은 내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 업무를 회사 '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성장 발판으로 삼는 그들의 유쾌함(?)이 좋았다. 나는 꾸준히 개발자에 도전할 것이다.

 

애증의 마케팅

그동안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다양한 마케팅을 경험해 왔다. 더 잘하고 싶어 편입까지 해서 공부했다. 마케팅 업무가 내 성향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노력했다. 하지만 여러 회사를 전전했 듯이 마케팅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사실 마로마브에 2년간 근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마케팅 업무를 거의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6월부터 11월까지, 다시 마로마브에서 어느정도 마케팅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개발 업무를 하다가 마케팅을 하게되니 고향집에 온 듯 편안했다. 그동안 미뤄뒀던 ga4 데이터 연결, SEO, ASO 점검, 광고 집행, 옵티마이즈 ab테스트를 진행했다. 역시 잘 아는 것을 하니까 일이 편했다. 문제는 개발업무만큼의 열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야근하며 UI를 만들고 코드를 치던 집중력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미안함이 가득하다. 마케팅을 공부하고 업무를 하다보면 시야가 넓어진다. 꼭 회사에 성장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 일상생활에서도 말이다. 아직은 마케팅을 뗄 수 없다.

 

부트캠프 도전

12월부터 프론트엔드 부트캠프에 도전한다. 총 4개월 과정으로 비싼 수업료도 지불했다. 걱정도 많이 했다. 부트캠프 후에도 취업이 안되면 어쩌지, 코딩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여러 이유로 집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모든 심려과 걱정을 떠안고 3주차까지 진행한 현재. 왠지 난 좋은 개발자가 될 것 같다. 현재까지는 코딩이 재밌다. 개발짱이나 개발왕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근데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배우는 것에 대한 잠깐의 재미일 수도 있다. but 난 방심하지 않는 타입이다. 잠깐의 재미일 수 있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있다. 여튼 앞으로의 부트캠프 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도킷도킷

 

 

1년간 배운 것, 얻은 것

얻은 것

 

실보다 득이 많다. 사실 얻은 것 천지다. 우선 공부하고 성장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전의 내 삶은 평일=일, 주말=릴렉스 타임이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일도 성장의 일부로 생각하며 주말은 자기계발 타임을 보낸다. 이렇게 사고가 바뀐 것은 마로마브 팀원들의 영향이 크다.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백번천번 맞는 말이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의 영향으로 내 삶도 많이 바뀌었다. 올해, 아니 내 인생 가장 크게 얻은 것 중 하나다. 같은 맥락으로 능력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다들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싶다.

 

배운 것

 

1. 그로스해킹

그로스해킹을 조금 염탐했다. 문제 인지 방법론과 가설 및 실험 설계, 변인 통제, 지표 설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조금 배웠다. 언젠간 써먹을 날이 올 것이다. 아직은 어둠속에 웅크린 큰 지식이랄까.

 

2. 마케팅

다양한 마케터를 만났다. 온리 sns 광고로 매출을 올리는 커머스 장인을 만났으며, 게임 업계의 퍼포먼스 마케터도 만났다. 서로 완전히 다른 계열이라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커머스계는 실험의 반복과 크레이티브의 영역이었고, 게임계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끝이었다. 게임 재미의 척도마저 숫자 공식으로 풀어낸다. 매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재밌었다. 게임계의 LTV 공식을 공유해 주시기로 했는데 dau, mau, 매출, roas 대시보드를 만들어오라는 과제를 제출하지 못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3. 프로그래밍

게임 엔진인 유니티와 c#에 대해 공부했지만 이해도가 높지는 않다. 근데 또 6개월간의 업무 경험으로 몸에 박힌 지식들이 있더라.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있어 중요한 점들 많이 깨달았다. 레이어 트리구조의 이해도, 마진과 패딩의 중요성, 폰트 웨이트, 선의 굵기, 인터렉티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디자이너의 노고는 엄청나다. 그들은 단 하나의 UI라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HTML DOM구조와 css 기본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웹사이트 정도는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통해 반복문 조건문에 익숙해졌다. 앞으로도 계속 풀어나갈 예정이다. 비전공자에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알고리즘 풀이를 추천한다.

자바스크립트 기초에 대해 몇 번이나 배우는지 모르겠다. c#을 배울 때도 부트캠프 준비할 때도 부트캠프 들어와서도 반복문, 조건문, 배열, 연산자, 변수타입, 오브젝트에 대한 개념은 단단히 박힌 것 같다. 물론 아직 실사용에는 문제가 있다.

 

4. 커피

작년까지만 해도 커피나 카페인을 잘 먹지 않았다. 올해 초 회사 팀원의 추천으로 드립커피에 입문했다. 칼리타니 하리오니 드립퍼도 써보고 최대한 다양한 원두를 맛보기 위해 매번 새로운 원두를 구매했다. 아직도 테이스팅 노트니 컵 노트니 커피 맛은 자세히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 수는 있게 되었다. 술을 못 마시는 나에게는 죽을 때까지 이어질 취미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 너무 많은 것을 했기 때문에 배운 것은 더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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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며,

1년 회고를 적으며 거북목이 도지고 눈이 빠질 것 같다. 아무래도 블로그 작성창을 나이트 모드로 바꿔야겠다.
생각해 보니 30대에 들고나서 첫 1년이었다. 29살에 20대 회고나 할 걸 후회되네..ㅠ 어쨌든 나쁠 게 없는 1년이었다.
회고를 다 쓰고 나니 매우 보람차다! 앞으로도 매년 회고를 남길까 싶다.